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팔계: 안녕하세요. 드라마 배우로 활동하는 저팔계입니다.
염산옥: 연극배우 염산옥입니다.
두 분이 같은 곳에서 화보를 찍을 줄은, 특히나 산옥 씨가 화보를 찍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염산옥: 그러네요. 연극배우로 활동한 지 10년이 넘어가는 시점이지만, 대중 분들에게 무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저를 보여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저팔계: 한 번도 이런 거 안 해 보셨다고요? 너무 자연스러우셔서 놀랐는데.
염산옥: 그건 제가 영리하게 사태파악을 잘 해서가 아닐까요. (웃음)
팔계 씨는 화보를 종종 찍으셨지만 이번에 찍은 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하셨는데. 소감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저팔계: 사실 이번에 찍은 화보 주제가 ‘미치광이 인형사와 그의 마리오네트’라는 거였어요. 그런 연기를 한 번도 해 보지 않아서 엄청 신선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요.
산옥 씨는 옆에서 팔계 씨 연기를 보셨잖아요. 어떠셨어요?
염산옥: 저는 드라마 연기 외에는 팔계 씨가 연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요. 그런데 확실히 여태까지 맡은 역할이 다 성실하고 다정하고 예의바른, 그런 스타일의 캐릭터였는데 이번 화보는 확실히 신선한 감이 있었어요. 제가 진짜 팔계 씨의 마리오네트가 된 것처럼 연기를 이끄시더라고요. 멋있었어요.
저팔계: 감사합니다.
인형사와 마리오네트라는 소재가 굉장히 특이한데, 어떤 식으로 끌어가셨는지 궁금해요.
염산옥: 팔계 씨가 이야기 하실래요? 주제 이야기 하신 김에.
저팔계: 네. 그래요. 혹시 피그말리온 설화 아시나요? 그것과 관련되어 있어요. 주제를 받고 저랑 산옥 씨가 스토리를 생각해 봤는데, 인형사가 마리오네트에게 생명을 넣어주고, 마리오네트는 인형사를 향한 사랑을 느끼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인형사였고, 산옥 씨가 마리오네트였는데 진짜 마리오네트처럼 연기하시더라고요. 놀랐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놀라셨는지 알려주실래요?
염산옥: 음, 딱히 ‘이런 식으로 연기를 하겠다.’는 아니었고, 그냥 마리오네트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요. 움직이지 않던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줬다는 게, 아무리 인형사가 미치광이라도 무척 감사했을 거라고 봤거든요.
그게 어떤 실험이었든 간에 자신에게 의미가 되었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 ‘의미’를 준 인형사가 고마웠고, 그래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무언가에 의미가 된다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죠. 반대로 인형사에게는 오로지 목적만이 있었고요?
저팔계: 일단 미치광이니까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웃음) 그냥 본인이 즐거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염산옥: 연기에서는 목적의식이 느껴지던데. 뭔지 몰라도.
저팔계: 그런가요? 이런 연기를 해 본 적이 적어서 잘 모르겠는데, 많이 뒤틀려 보였어요?
염산옥: 뭐, 저도 정확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소품 쓸 때 약간 그런 게 느껴졌어요.